[도서] 나쁜 뉴스의 나라: 우리는 왜 뉴스를 믿지 못하게 되었나 Des petits idées


한국에서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산업부를 주요 대상으로 일했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부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뉴스가 제작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책에서 읽은 바로는 내 의문은 사실로 드러났다.

미디어오늘 기자로 근무하고 있는 조윤호 기자가 출간한 책으로 미디어를 취재하는 매체 기자가 작성한만큼 예리한 글들이 많고,
업무를 진행하면서 실질적으로 내가 느꼈던 불안감이나 불편함, '이렇게 기사가 나가도 되나?'라는 본질적인 의문 등에 대해 내 스스로 맥락 상 생각하던 내용들을 충분한 이유를 대며 부연 설명해주고 있어 마음이 편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쭉쭉 읽히는 글이었다. 아래는 책을 읽으며 좋았다고 생각한 문구들을 적어놓았다.

#1. 한국 사회 뉴스 수용자가 가지는 음모론
중국의 문화연구가 톄거는 저서 <대중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에서 "1990년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동서양의 문화와 이해관계, 가치관이 충돌하고 인터넷의 빠른 보급으로 음모론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음모론이 네티즌은 물론 전체 여론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음모론의 사유 방식이 주류가 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가 묻히고 있다'고 믿는 누리꾼들에 의해 유병언 창조경제가 배용준, 박수진 결혼을 제치고 검색어 1위를 차지한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사람들은 왜 이런 음모론을 믿을까?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 <음모론의 시대>에서 대중이 음모론을 믿는 이유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음모론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2. 한국 저널리즘의 정파성
진보 언론은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권력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정파성과 영향력을 유지하되, 정파 언론이라는 인식을 갖고 언론의 신뢰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저널리즘의 본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언론이 정파성을 갖는게 문제가 되는 일일까? 정파성이 가리고 있는 것은 저널리즘의 가치다. 정파 저널리즘의 온갖 폐해는 단순히 특정 정치 세력을 지지하거나 보수적 가치,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데서 발생한 게 아니다. 우리가 놓쳐서 안 될 문제는 '원칙 없음'이다. 의도적으로 사실을 누락하거나 추고하고 왜곡하는 등 언론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채 특정 정치 세력을 옹호하는 행위. 이것이 바로 정파 저널리즘이 언론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 원인이다. 이 문제는 언론사의 자정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뉴스 소비자가 언론이 무엇을 누락하거나 숨기고 왜곡했는지 밝혀낼 눈을 가질 때만 해결될 수 있다.

#3. 어뷰징 기사의 또 다른 문제
언론사가 어뷰징에 집중하고 트래픽을 강조할수록 멀쩡한 기사를 쓰던 기자들도 클릭 수에 얽매이게 된다. 열심히 취재해서 쓴 심층 취재 기사는 조회 수가 별로 안 나오고, 대충 배껴 쓴 기사의 조회 수가 폭발하면 허무해진다. 한 경제지 기자는 "심층 리포트 형식의 기사는 같은 기자들에게 관심을 받지만 막상 조회 수가 잘 안나온다. 그런데 YTN 속보를 인용해서 쓴 기사는 조회 수가 몇 백만씩 나온다:며 그럴 때 허무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넷 매체 기자는 "열심히 인터뷰해 만든 기사는 SNS에 별로 공유도 안되는데, KBS를 열심히 베낀 시덥지 않은 기사는 엄청 많이 읽힌다. 그럴 때면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4. 잘 쓴 기사? 좋은 기사?
"사람들은 좋은 기사가 하는 말을 듣는다" : 뉴스 소비자는 '비정규직 철폐' '살인은 해고'를 외친 수많은 기사 대신 <미생>과 <송곳>을 선택한 셈이다. 옳은 말만, 아니면 누가 한 말만 앵무새처럼 전하는 언론 대신 나의 이야기를 대신해 주고 남의 이야기에 동감할 수 있는 웹툰, 드라마, 영화를 선택했다. 웹툰, 드라마, 영화가 언론의 역할을 대신하는 현상은 언론 불신의 한 단면이자 기회이다. <송곳>처럼 <미생>처럼 쓰는 기사가 좋은 기사다.

#5. 매체의 지배 구조
평소에 즐겨 접하는 매체가 있다면 적어도 그 매체의 지배 구조 정도는 알아 두는 것이 좋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뉴스의 다른 맥락이 보일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뉴스 읽기에도 통한다.

#6. 포털에 종속된 언론
네이버나 카카오의 뉴스 서비스 정책은 자주 바뀌었지만 공통된 흐름이 있다. 언론이 점점 포털에 종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밤의 대통령 자리를 물려받은 네이버의 정책이 바뀔 때마다 바빠지는 것은 언론사 편집국이었다. ... ... 뉴스 스탠드 도입 이후로 상황이 달라졌다. 언론은 자극적인 제목 대신 벗은 여성 사진을 걸어 댔다. 가판대 위의 신문을 고르듯 온라인 가판대의 이미지를 보고 뉴스를 선택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소비자들의 분위기가 뉴스캐스트 시절보다 냉담했다. 언론사는 방향을 돌려 실시간 검색어를 활용한 어뷰징 기사를 꼳아냈고, 이번엔 온라인 이슈 팀이나 어뷰징 알바 인력이 늘어났다.

#7. 유통이 생산을 장악하며 생긴 뉴스가치의 문제
유통이 생산을 장악한 결과는 뉴스가치의 변화 혹은 변질이다. 미디어는 이제 유통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뉴스의 미래는 좋은 뉴스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8. 카드 뉴스와 온라인 뉴스의 함정
김동현 민중의소리 뉴미디어팀장은 "고양이 사진은 진리이고,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미덕인 시대다. 페이스북 포스팅을 100개 뿌리면 그중 하나는 반드시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기성 언론 중에서도 조선일보는 페이스북 포스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조선일보는 더피알과 유엑스코리아 조사에서 언론사 포스트 중 PIS가 가장 높은, 즉 반응이 가장 좋았던 포스트 1위부터 4위를 싹쓸이했다. 이는 고유의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조선일보는 메르스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 세월호 참사의인 등 개인적이고 감동적인 내용이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사연을 카드 뉴스 형식으로 제작했다.

#9. 지면이 죽어간다.
종이 신문의 위기: 움베르트 에코는 저서 <신문이 살아남는 방법>에서 "뉴스의 선택과 지면의 편집 자체가 암시적인 판단의 요소가 된다. 하나의 지면에 어떤 방식으로든 상호 관련된 뉴스를 싣는 것이 주제화"라고 설명한다. 예컨데 한 지면에 네 개의 기사가 실렸다면 이 네 개의 기사는 서로 무관한 기사가 아니라, 하나의 강한 의견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 ... 강정수 디지터랏회연구소 소장은 이를 "선형 미디어 시대의 종말"이라고 표현한다. 강 소장은 슬로우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제 뉴스 순서로 표현됐던 뉴스가치가 전달되지 못한다"라며 "뉴스 소비자에게 저녁 뉴스의 순서, 종이 신문의 지면 위치, 뉴스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의 위치 등이 무시된을 뜻한다. 이는 뉴스 소비의 비선형성을 강화하는 요소들"이라고 설명했다.

#10. 신문과 뉴스를 넘어서... 미래의 저널리즘
언론학자 미첼 스티븐스는 저서 <비욘드 뉴스>에서 "오늘날 신문과 뉴스 방송에서 해석으로 통하는 것 중 상당 부분은 맥 빠진 생각을 정성껏 배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 해석들은 너무나 자신 없고 밋밋할 뿐 아니라 일시적인 진통제처럼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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